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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하기로 했다.

my_jennyee 2024. 9. 5. 00:07

벌써 2024년 9월이 되었다.

언젠가 2분기가 끝났다고 생각했었는데, 9월이라니. 3분기가 눈 깜짝할 새에 끝날 예정이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또 몇 주 후면 사라질 이 느낌과 내용들을 기록하고 넘어가고 싶다.

지금은 카페를 준비하고 있고, 다음주에 오픈할 예정이며, 일주일에 두 번 한국어 수업이 있고, 처음으로 시공 단계 BIM PM을 맡았다.

마음이 뒤숭숭한탓에 2주째 방정리를 못하고 빨래도 못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사실 카페를 하기로 한건 두 달쯤 전이었다.

좋은 분들이 좋은 제안을 주셨고, 함께하게 되었다. 제안을 덥석, 하겠다고 했다. 겁도 없이 말이다.

생각해보니 마음 한켠에 언젠가 나의 카페를 아지트처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처음엔 나의 아지트를 만든다니 한 없이 좋았다.

카페 창업에 대한 책도 읽었고, 유튜브도 열심히 봤으니, 준비는 모두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실전은 공부한 내용과 다르다. 또 운영하면 다르겠지만, 준비할 때도 내가 아는 건 새 발의 피였다.

 

맨 처음 해야할 일은 인테리어였다. 인테리어 부터 해야 했다. 여기서 부터 문제였다.

내가 공부한건 카페 운영에 대해서였는데, 인테리어가 먼저 나왔다.

컨셉을 정하고 색감을 정해야하는데, 나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난 대중적인 것을 좋아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해서 하얀 공간을 깔끔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모두들 독창적인, 이목을 확 끌만한 것들을 원했지만, 사실 이는 취향에 맞지 않았다. 그 당시 나왔던 디자인은 내겐 어색하고 조금은 불편했다.

하지만 나의 취향이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는 또 달랐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었고, 그 와중에 이 논의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했던 것 같다.

 

컨셉과 디자인은 어려웠다.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MZ 스타일도 있고,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쓴 듯한 소위 "예쁜" 카페도 많았다.

고른 디자인 레퍼런스들은 모두 어디서 본 디자인 같았다. 그만큼, 이 세상엔 카페가 너무 많았다.

예쁜 카페 만으로 사람들을 모을 수 없었다. 인테리어에 돈을 투자하려고 하면, 이 돈은 다 회수되어야 하니 그것 또한 장애물이었다.

적은 투자금으로 임팩트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가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챌린지였다. 이게 바로 우리가 논의 주제였다.

자주 가는 여의도 커피는 예쁜 카페는 아니지만,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기 더할나위 없는 곳이고, 커피도 비쌌다.

하지만 여의도 커피만의 단정함이 있었고, 사람들을 모으는 곳이었다. 

 

다행히 나의 팀원들은 그런 요소를 모두 생각할 수 있는 인재들이었고, 디자인 의견이 확고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러 사람의 디자인 방향이 섞이는 것 보다 한 사람의 디자인 방향으로 채워지는 공간이 더 좋다고 생각해 주장을 조금 더 덜었다.

 

자, 그럼 나는 고민에 빠진다.

1인분을 하고 싶은데, 뭘 해야할까? 

디자인은 의지는 있는데, 능력이 안되고(사실 시도는 했지만, 내보이기 부끄러운 정도였다.),

다음 할 일은 뭘 해야할지 모르겠으니 계획 및 대비조차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상상이 되지 않는 일에 너무도 취약하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컨셉과 디자인을 정했으니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 인테리어 계획을 세우고 뭐가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아,,, 그런데 나는. 또 인테리어를 모른다. 다시 상상이 되지 않는 일에 부딪힌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옆에 인테리어 전문가가 있고, 아는 사람 중에서도 인테리어 전문가가 많았다.

그런데 그때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조차 못했다. 모르는 분야는 잡고 늘어져서 물어봐야 하는데, 그 순간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감정에 휩싸여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기력감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어찌저찌 우리 팀에는 인테리어 사장님이 있었고, 덕분에 일사천리로 이 부분은 해결이 되었다.

인테리어를 할 때 배운 내용은 다른 포스트에서 조금 더 자세히 정리해서 쓰려고 한다.

왜냐하면 배운 것들이 너무 많으니깐 말이다.

 

열심히 페인트를 칠했고, 퀼에 있었던 집기들을 이사했고, 화장실 청소도 깨끗이 끝냈다.

아르바이트를 모집했고, 작은 디자인 소품들을 모으며, 메뉴들을 찾아본다.

인테리어는 얼추 마무리가 되었고, 아직 결정해야할 것들이 산더미이지만, 다음주 오픈을 앞두고 있다. 

내가 이 팀에서 뭘 할 수 있는지를 찾는 중이다. 단계 단계마다,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지 않아서 바지런히 찾고 있다.

예를 들면, 메뉴 개발이나 냉장고 정리 같은것 말이다.

 

오늘 헤어쌤이 나의 카페와 바를 갖는 것이 본인 소원이었다고 하셨다.

그래,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원이고 큰 도전임을 잊지 말자.

감사히 여기고, 내가 할 수 있는, 없는 것들을 찾아서 해내보자. 라고 생각하게 된다.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나마 이 시간들을 계속 기록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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